김주은 Juna Keem (b.1997)은 서울과 경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이다. 국민대학교에서 회화를 주전공, 영화를 부전공으로 공부하였다.
대중이 공유하는 감각적 경험과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남는 감상의 차이에 대한 관심은 영화의 연출을 회화적 이미지로 끌어오고자 한 SUSPENSE 시리즈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개인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탈바꿈하기 이전까지의 감각 체계에 주목한다.
주로 유년기 특유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언어와 사회 관계망이 견고해지기 이전과 이후의 간극에 대해 평면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2025년 이후의 페인팅에서 나타나는 제한적인 컬러와 흐릿한 아웃라인 그리고 중첩을 통해 표면 아래에서 배어 나오는 색감은 아직 분명한 가치 판단이나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의 모호한 시선을 반영한다.
대바늘과 코바늘로 엮은 편물 형상의 설치 작업은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보다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평면의 이미지를 온전히 나타내는 한쪽 면과, 나머지 면의 정리되지 않은 채 뒤엉키는 프린지의 충돌은 개인과 사회가 서로에게 갖는 안정과 긴장을 환기한다.
의미와 판단 위에 끊임없이 포지셔닝을 반복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 이전의 감각들은 정말로 소실되었는지, 혹은 여전히 잔존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더듬어본다.
March 23, 2026

모태 신앙이었던 어린 나는 줄곧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어쩌면 그것은 하나님 흉내였을지도 모른다. 얇은 종이 조각 위에서 나는 내 마음대로 세상을 꾸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회에 편입되어가는 감각을 지독히 싫어했다.
한 마리 생명 개체에 불과한 나를 사회 구성원으로 차근차근 둔갑시키기 위한 과정들이었다.
뒤를 돌 때 계산해야 하는 타인과의 거리, 그 속에서 호흡과 소근육을 조절하는 법, 집단 내에서 비극이 누군가의 죄가 되어야만 했던 순간들의 표면에는 켜켜이 흔적이 쌓인다.
언어라 일컫는 아직은 익숙지 않은 체계에 발을 디딘 채, 첫 번째로 그리고 두 번째로 체념을 마주하던 감각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나는 이러한 얇은 층을 모아 더듬는다. 절대 지워질 수 없는 미세한 자국을 찾아낸다.
-       February 10, 2023     -

앞으로 있을 일들에 기대를 품는 한편 뒤로 한 것들을 생각하면 못내 마음이 미어진다. 나아가려면 두고 가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생각보다도.
나는 욕심은 별로 없지만 미련한 편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곱씹고 싶어 하는 구석이 있다. 어릴 적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고, 그게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아야 하는 것들이 뭔지 안다. 그렇다고 손아귀에 다 들어가지 못한 것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애도와 비슷한 결을 가진다.